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3-12 |
---|---|---|---|
첨부파일 | [포맷변환]155235685338c8bd77bd7cf1d80e01c5b70970dec5.jpg | 조회수 | 3,480 |
원주에서 취업과 결혼 모두 잡았다 원주에서 나고 자라 현재 원주 내 회사에 다니는 김슬기(가명, 27) 씨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만나는 날 하필 태풍 ‘솔릭’이 중부 내륙 지역을 관통했다. 도로가 함빡 젖고 습기가 도시를 에워쌌다. 흐린 날씨 탓에 카페 안 백열등이 돋보였다. 막 퇴근한 김 씨는 커피 대신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4년 차 회사원 정식 취업 전에는 마트 계산원부터 동사무소 인턴까지 다양한 직종을 넘나들며 일했다. “대학 다닐 때 교사 자격증도 따고 주식 공부도 잠시 했어요. 그러다 대학원 진학까지 생각했는데 순수 학문인이 되기엔 역부족이라고 느껴 6개월 만에 접었어요. 졸업하고 계속 취업 준비를 하다 운 좋게 은행에 입사하게 되었죠.” 처음 직장은 은행이었다. 2년 정도 근무하고 퇴사했다. 회사 운영 방식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직 차별이 생각보다 더 심했어요.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고요.” 현재 원주 시내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직 준비를 하다 입사 제의를 받았어요. 전 직장보다 회사 규모도 크고 발전 가능성도 있어 보여서 면접을 봤고 다행히 합류하게 되었어요.” 학생에서 취업 준비생이었다가 어느새 4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취준생(취업준비생) 때 정말 자유로웠어요.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뒹굴 거릴 정도로요. 다만 취업준비 문제로 부모님과 자주 충돌하고 대학생 때부터 모아둔 돈도 점점 바닥을 보이면서 괴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직장을 잡은 지금은 경제적으로는 아주 어렵지 않고 부모님으로부터 간섭이 덜해서 행복해요. 대신 시간을 잃었어요. 휴가, 반차를 쓰지 않는 이상 동사무소, 은행 일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요. 원하지 않는 술자리가 많아져서 ‘저녁 있는 삶’이 닳기도 해요.” 지방에서 일하기 유명 구직 사이트에서 서울, 수도권 구인 공고를 확인하니 약 8만 개다. 강원도는 약 1천 2백, 원주시만 470개다. 서울, 수도권에 일자리가 몰려있다. 원주 밖 취업을 생각해봤냐는 질문에 단박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대학을 원주 밖에서 다녔더니 향수병이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집값 문제가 제일 컸어요. 일찍 서울에서 취업한 친구들이 고시원이나 원룸에 살며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하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하니 사회초년생 월급이 세후 최소 150만 원이라고 치면 그걸 받고 50만 원을 월세로 내는 거잖아요. 감당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큰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원주에서 취업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희망 직종은 사무원이었다. 다행히 원주에서 ‘잘 맞는’ 일자리를 찾았다. 적성에도 꼭 맞다. “전에 다녔던 은행과 이곳(지금 다니는 회사)은 오늘 맡은 일이 그 날 바로 끝나요. 뒤로 미뤄지지가 않아요. 차이점은 전 직장에서 마감 단위는 ‘일(日)’이고 여긴 ‘월(月)’이라는 점이에요. 정해진 날짜에 맞춰 정확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할 때 보람이 커요. 정형화 된 시스템에 잘 맞는 사람 같아요.”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다 좋은데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는 아직도 적응하기가 어려워요. 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아래에서 무조건 따라야 해요. 기본적인 의견 제시조차 할 수 없어요.” 어느 덧 4년 차 회사원이지만 김 씨는 이런 분위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주에서 살기 김 씨는 원주 생활이 만족스럽다. “일단 자연 재해가 없어요. 너무 시골도 아니고 웬만한 건 다 있어서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어요. 서울도 한 시간이면 가니깐 편리하구요.” 다만 미세먼지가 걱정이다. “올 봄에 미세먼지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원주 어디에서든 잘 보이는 치악산 참 좋은데 그것 때문에 미세먼지가 고여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부분은 정말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퇴근은 주로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 “올 여름은 너무 더워서 차를 타고 다녔는데 원래는 걸어 다녀요.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볼 때 ‘오늘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퇴근 할 때는 ‘오늘 하루도 나 너무 수고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퇴근 후에는 주로 데이트를 한다. “남자친구도 원주에 살아서 자주 만나요. 만나서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해요. 맛집도 다니고요.” 김 씨는 내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결혼 예정일 보다 신혼집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어요. 그래서 집과 가구, 가전제품 살 돈이 굉장히 빠르게 필요하게 되서 고민이에요.” 김 씨는 원주에서 취업과 결혼,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무엇보다 당장의 행복이 중요해요. 대학 다닐 때만 하더라도 직업으로서 성취 욕구가 굉장히 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지금 일상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우선 주변 사람들이 항상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피해주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김 씨는 인터뷰 도중에 나오는 음식을 빠짐없이 사진으로 남겼다. “요새 블로그 포스팅에 빠져있어요. 얼마 전에 다녀온 닭발집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방문자수가 많이 늘었어요. 맛집을 기록해서 사람들과 나누는 게 요즘 제 낙이에요.” 글 이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