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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이야기 ❸ - 원주 혁신도시 직장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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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움을 꿈꿔요”​






2013년 1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이 가장 먼저 원주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경찰, 검찰, 군사기관 등 각급 수사기관과 법원 등 공공기관의 각종 범죄수사 사건에서의 감정을 수행한다. 원주 본원 외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지역 연구소가 있다.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일요일 낮, 국과수 본원 법독성학과 연구실 연구보조원 장수지 씨(28)를 만났다.


국과수 ‘법독성학과’

“혹시 몰라서 신분증을 가져왔어요.”

장 씨는 자신의 반명함판과 이름, 소속 기관이 적혀 있는 신분증을 내밀었다. “저는 국과수 법독성학과에서 연구 보조원을 맡고 있는 장수지입니다.” 생소한 부서명에 보다 자세한 소개를 부탁했다. “법독성학과는 부검을 마친 후 혈액, 위 내용물이나 조직을 받아 약물과 독물이 검출되는지 분석하는 ‘법독성연구실’, 공무원 도핑테스트 등 생체시료의 약독물 성분을 분석하는 ‘독물연구실’, 식품의 함량과 진위여부 등을 분석하는 ‘식품의약품연구실’,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을 모발에서 분석하는 ‘모발정밀연구실’, 압수마약 등 소변을 분석하는 ‘마약연구실’로 크게 나뉘어요. 저는 ‘법독성연구실’에서 실험, 분석과 기기 관리를 맡고 있어요.” 장 씨는 현재 연구보조원 3년 차가 되었다. “예를 들어 마약을 하고 약을 먹고 돌아가신 경우가 있어요. 그럼 ‘법독성학과’에서 혈액을 ‘법독성연구실’과 ‘마약연구실’이 나눠서 분석을 진행해요.” 직업 특성상 장 씨는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것을 자주 접한다. “무섭진 않아요. 내가 이걸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면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것보다는 이곳으로 온 망자의 마지막을 밝혀주는 일에 더 큰 책임 의식이 있어요.”



필요한 능력과 자세

장 씨는 이곳에 오기 전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이었다. “교수님과 다른 연구원, 저까지 총 3명이 있는 연구실이었어요. 그러다 다른 연구원 한 분이 그만두면서 저 혼자 남게 되었어요. 고민 끝에 돈 벌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장 씨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화학과 안에서도 크게 다섯 카테고리로 나뉘어져요. 분석화학, 생화학, 물리화학, 유기화학, 무기화학. 저는 생화학을 공부했어요.” 생화학은 생물체 내 화학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직업을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분석화학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돼요. 생각보다 담대해야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입이 무거워야 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여기는 한 사람의 비밀뿐만 아니라 한 가정, 한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는 곳’이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또 제가 한 행동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꼼꼼하고 신중하고 책임감도 강해야 돼요.” 장 씨는 특히 일을 할 때 가져야 할 태도를 강조했다. “사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주전공 외에 다른 분야를 배울 수 있는 열려 있는 자세도 필요하구요. 예를 들어 분석 기술뿐만 아니라 분석할 때 쓰는 기계를 잘 다루는 능력을 갖추는 식으로요.” 업무와 근무 환경은 모두 만족한다. “예전에 어떤 곳에서 일하면서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아요.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출근이 즐거워요. 제가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정말 많고요.”



원주 ‘혁신도시’


국과수 본원이 있는 곳은 원주 혁신도시다. 본원 외에 전국에 5개 지방연구소가 있다. “원래 본원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었어요. 원주에는 동부분소(문막)만 있었고요. 그러다 혁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이곳으로 본원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각 지방연구소마다 맡은 관할 지역이 있어요. 원주 본원은 경기도 양평, 여주부터 충북 제천, 강원도 전체 지역을 맡고 있죠.” 유일하게 제주에만 지방연구소가 없다. 그래서 제주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원주 본원에서 분석을 진행한다. “저는 어렸을 때 원주에 살다가 가족과 다함께 서울로 이사를 갔어요. 그러다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가족과 함께 원주로 내려온 케이스에요. 제가 속한 ‘실’에서 일하는 분들은 거의 90%가 다른 지역 분들이에요. 평일에는 단구동, 반곡동에서 자취하시다가 주말에 다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세요.” 장 씨는 아직 혁신도시가 낯설다. “많은 공공기관이 모여 있지만 딱히 교류가 없다고 느껴져요.” 특히 국과수는 혁신도시에서도 초입에 있다. “근처에 편의점이나 카페가 없어서 간식을 미리 사다가 냉장고에 쟁여놔요.(웃음)” 각 이전 기관마다 혁신도시에서 원주 시내로 나오는 셔틀버스가 있다. “자차가 없었을 때 셔틀 타고 홈플러스(단구동 소재)에 내려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갔어요.”



꿈으로 가는 길


“퇴근하면 곧장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요. 가서 일을 도와드려요. 마감이 보통 2시인데 그즈음에 같이 집으로 와요.” 쉽지 않은 일과다. “예전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기분도 나고, 나쁘지 않아요. 무엇보다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요.” 무슨 꿈을 꾸는지 궁금했다. “궁극적으로 박사가 되는 게 목표에요.” 장 씨는 현재 해외 대학원을 준비 중이다. “다음 달(9월)에 대학원 시험이 있어요.” 일과 학업도 모자라 어머니 가게 일까지 돌보고 있다.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얼마 전에 괌에 가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다. “학생 때는 바쁘고 돈이 없어서 여행을 많이 못 갔지만 지금은 틈틈이 여행을 가요. 계속해서 고여 있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게 꿈이자 목표에요.”​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