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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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포맷변환]15522693728b321d97be3f6ec086067b907a3728ce.jpg | 조회수 | 3,690 |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를 꿈꾼다 ![]() 밤 8시를 넘어서면 거리의 인적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낮 시간대 간간히 보이던 젊은 연인들조차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까지 겹치면서 밤의 거리는 식은땀처럼 불편한 번들거림으로 번진다. 차 없는 문화의 거리가 조성된 지 벌써 몇 년. 임대로 나온 상가는 어쩐 일인지 더 늘어가는 느낌이다. 상설 공연장과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전시관도 생겼지만 공연이 있을 때만 반짝이다. 청년들이 편안하게 기획하고 머리를 맞대 재미있는 문화기획도 세워보지만 문화의 거리는 여전히 힘들다. 500년 간 강원도의 수부 역할을 했던 강원감영 존재감도 사람을 끌어 모으는데 한계에 부닥쳤다. 이를 아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지만 쉽게 나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용이 들어가는 것부터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닐까. 2016년 8월부터 문화의 거리에서 문화 예술인들의 아지트를 꿈꾸며 문을 연 미네르바의 올빼미 주인장 이상훈 대표를 만나서 해결 방안에 대해 들었다. 지금은 문화의거리 상인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대표는 상설 연극공연장을 만들어 젊은 층을 끌어들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네르바의 올빼미의 탄생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2016년 8월 12일 문을 열었다. 이 대표가 문화예술 단체 활동을 하던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 바로 세대 간 소통 공간이었다.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세대 간의 단절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문화예술 그룹과 기존 문화예술 그룹 간 소통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제가 40대 때 이미 문화예술 활동하는 후배들이 줄어들었으니까요. 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패러다임이 변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통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기존 예술계 흐름은 존재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여 아이디어나 창작활동에 대한 자기 고민들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 아쉬웠어요. 단절도 단절이지만 기존 작가 활동했던 사람들의 문제가 관성적으로 흘러간다고 할까. 이 공간을 고민한 것은 이 같은 작가들 그룹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문화재단의 전문 작가들에 대한 지원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쪼개기 식 지원금이라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문화재단에서 지역의 전문 작가들에게 지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너무 적다고 생각해요. 많은 전문 작가들에게 사업비를 쪼개서 지원하다 보니 실제로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지원금이 너무 적다보니 작가들이 삶의 소통 등을 위한 근거지가 없고 창작의 돌파구, 소재에 대한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작가들이 모일 수 있는 어떤 근거지, 다시 말하면 아지트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봐요.”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젊은 문화예술인이나 기성 작가들이 작가로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시민들과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강연이나 강습, 공방 등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반 시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작가를, 예술가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공방이나 화실, 작업실을 무작정 찾아갈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찾아간다고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요.” 이 대표가 미네르바의 올빼미에 의미를 두는 것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주점이면서 카페이기도 하니 시민들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차도 마시고, 술도 한잔 할 수 있기 때문에 옆 테이블에 자리잡은 문화 예술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제가 문화 예술 단체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의 작가와 예술인들이 가끔 오십니다. 와서 술도 한잔 마시고 차도 마시는데 그럴 때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죠. 그렇게 시민들과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은 서로에게 좋은 방식 아닐까 생각해요.” 이 대표는 어차피 번화가에 이런 공간을 열지 못하니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화의 거리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늦은 시간이 되면 다니는 사람이 없다. “밤이 되면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막상 와보면 즐길 수 있을만한 소재가 없어 점점 더 사람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과거보다는 한결 좋아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나마 이 공간(미네르바의 올빼미)에 일반 시민들의 발길은 드물지만 작가들이 종종 오니 당초 계획에 비하면 반은 실현한 셈입니다. 그런 점이 많이 아쉽죠.” 문화와 예술의 거리 ![]() 중앙동의 공동화 현상은 이제 정체된 상태라고 이 대표는 진단했다. 빈 상가가 더 생기지도 않고 채워지지도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동화 현상에 대해서는 거의 종착점에 왔다고 본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다. “문화의 거리 조성 당시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문화의 거리에 있던 아름드리 가로수들이 하루 이틀 사이에 모두 사라진 겁니다. 베어버린 거죠. 애당초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작가들 모두 '멘붕'이 왔어요. 나무도 생명인데 그 생명을 베어버린 겁니다. 나무가 간판을 가려 일부 상인들의 영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문화의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탁월한 소재였던 나무를 잘라내니 작가들 그룹은 충격을 받았지요.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무들을 위한 진혼굿 형태의 거리예술제를 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었어요. 다시 회복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었죠. 그래도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상인회 일을 하지만 일반 상인과 작가 등 문화예술인, 지자체, 문화 관련 단체가 바라보는 문화의 거리 관점이 모두 다른 것 같아요. 물론 문화의 거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다른 작가들과 다를 수도 있지만 저의 모토는 ‘문화 예술을 보고 싶으면, 혹은 느끼고 싶으면, 배우고 싶으면 문화의 거리로 와라’입니다. 문화의 거리에 문화 예술을 빼고 나면 의미가 없지 않나요? 시설 투자의 문제가 아닌 것이죠.” 공존과 상생의 거리 이 대표의 결론은 문화의 거리가 상인들과 작가들이 공존하는 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바라보는 시각은 도시재생의 관점이다. 하지만 문화 예술과 관련해서 지자체가 바라보는 시각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하니까 문화 예술과 관련돼서는 투자를 꺼리는 것이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에서는 그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것이죠. 어떤 성과를 내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니 영화관을 만들자, 공연장을 만들자는 식의 눈에 보이는 시설 투자 혹은 개발 위주로 가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이 대표는 강원감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강원감영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어떤 도시를 여행한다면 그 도시를 가고 싶은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요. 현재의 도시는 어디를 가더라도 존재하지만 역사가 있는 도시라면 그 도시에서 역사를 느끼고 또 궁금하고, 과거 이 도시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원감영의 콘텐츠는 너무 중요합니다. 복원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지만 단순하게 복원하는 것보다 다양한 소재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강원감영을 그냥 강원감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곳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 궁금해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극공연의 거리 이 대표에게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연극 상설공연장을 건립하는 것이다. 아니, 건립이 아니라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괜찮은 공연장이 문화의 거리에 생기면 많은 소비를 이끄는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 “작가 그룹들이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연극 단체들의 공연과 관련된 것인데요. 모든 장르가 다 열악하지만 그나마 공연 예술은 치악예술관을 비롯해 따뚜공연장 등 거점이 형성돼 있습니다. 여기에 옛 원주여고에도 공연 관련 단체와 작가들이 입주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문화의 거리 활성화 차원에서 보면 연극 상설공연장이 있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아요. 원주에는 제가 알기로 12개 극단이 있습니다. 이들이 한 달에 한 번만 작품을 공연해도 1년 12달 동안 다양한 연극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젊은 층을 흡수하는데도 수월합니다. 상인들 입장에서 소비패턴을 보면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라고 합니다. 결혼을 하면 소비패턴이 좀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죠.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많이 문화를 즐기는 세대, 문화를 흡수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가장 강력한 소비 집단도 바로 이들이죠. 그런 면에서 연극 상설공연장은 꼭 필요한 시설이기도 합니다.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되고 원도심이 되살아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글 원상호 사진 원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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