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환마을 토트네스 이야기 지역과 함께하는 농업, 그리고 농장들 글 백송희 무위당사람들 편집위원
우리는 걸었다. 뚜벅 뚜벅 뚜벅 우리의 만보계는 매일 만보를 훌쩍 넘어 만칠천보, 만팔천보을 찍는다. 시내의 모든 탐방은 걸어서 움직였다. 언젠가 할에게 이야기하니 의도적인 것도 있으니 미안해하지 않겠다고 한다. 하긴 덕분에 작은 가게 안의 풍경과 세상 모든 종류의 개(내 생전 그렇게 개 종류가 많은지 처음 봤음. 물론 주인과 함께 하는)들과 버스킹 하는 히피친구들 그리고 ‘빅이슈’를 파는 노숙자아저씨도 만날 수 있었으니 오히려 고맙기도 하다. 농장을 보러가는 날 아침 숙소 앞에 노란 미니버스가 세워져 있다. 유치원생들이 탈 것 같은 작고 이쁜 버스에 할이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 준다. ‘우리 오늘은 안 걸어도 돼?’ 걸어서 축적된 에너지는 버스 안에서 ‘광’적인 수다로 쏟아졌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서 약 30분~40분 정도 달린다. 창밖은 산과 들 그리고 영국식 작은 마을을 지난다. 데본주의 사우스데본이라는 이정표를 지나 농장에 도착했다. TTT와 리이코노미 프로젝트 농장 School Farm CSA와 ApricotCentre HUXHAM'S CROSS FARM 은 규모면에서나 농장의 존재방식이 분명히 다른데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하나라는 느낌이다.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를 만든다.’ 그런데 한 곳은 ‘학교농장’ 한 곳은 ‘살구농장’ 이라니 학생들이 운영하는 텃밭과 작은 공동체 마을의 동네 텃밭을 상상하게 한다. 상상은 자유! 스쿨팜은 2013년부터 Reconomic Center의 프로젝트중 하나인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방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35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원들은 클라우드 펀딩(Crowdfunding)을 기초로 1년 동안 농장에서 수확한 작물을 공급 받기로 약속하고 농장은 전문적인 생산자가 생태적인 방법으로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공급하는 비영리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운영한다.
CSA로 계획된 School Farm의 목표(2013년) ⑩ 자연적인 에너지를 활용하여 식량을 재배하는 생태학적 방법을 실험 ② 친환경 재배 면적 확보 ③ 자연적인 방법으로 농장의 방풍벽을 만들고 작물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어 나가며 작물 저장을 위한 창고 및 추가 교육 활동을 위한 공간 등 기반 시설 설치 ④ 농장을 관리하는 생산자의 역할 확대 ⑤ 지역 대학과 협력하여 초보자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 제공하며 더 많은 자원 봉사자들에게 기회 제공 ⑥ 학생들이 학습을 연습하고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시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참가자를 농사에 계속 참여시킴 ⑦ SCA방식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역 사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 ⑧ 구성원들과 끈끈한 연대감을 구축하고 교육 및 이벤트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감 ⑨ 영국 전역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킴 ⑩ 자연적인 에너지를 활용하여 식량을 재배하는 생태학적 방법을 실험
농장 한쪽에 인디언식으로 꾸며진 작은 쉼터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온통 흙투성이로 나타나 환하게 웃던, 그래서 더 멋져 보였던 린지는 3년 전 원예학생으로 왔다가 스쿨팜에서 일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3에이커(ac, 3,600평) 땅을 기계 없이 3명의 여성농부가 일하고 있다고 한다. 10평 정도 한살림 공동텃밭을 관리해봤다. 제때 관리가 안 돼서 아프리카 밀림을 만들어 버려 사람들에게 ‘자연주의 태평농법’이라고 뻥쳤다. 3,600평의 땅을 3명의 농부가? 거짓말 같은 진실이 뭘까 궁금했다. “학생들이 많이 와서 함께 일을 한다. 다양한 식물 기르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또 봉사해주는 분들도 있다. 봉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돈 안 주고 노동을 써먹는다 생각하는데 서로 생산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주민들이 자연과 동화되는 것을 연결하는 목적을 가지고 한다. 먹을거리 채소를 생산해 내는 것 만큼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생태적인 농법을 지역사람들과 나누고 학생들이 그것을 교육받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이 택한 농법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벌레들이 자라서 영양분을 제공하는 거름이 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4~5개월 그대로 두면 벌레가 땅에 양분을 주도록 한다. 땅을 뒤집지 않는다. 스스로 살아나게 한다. 풀 같은 것에서 생긴 거름을 흙과 섞어서 땅을 건강하게 한 다음 씨를 뿌린다. 30년 전 다우징이란 사람이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해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영국 전역에서 점점 이런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Lindsay Ramsay 지속 가능하고 생태적인 삶을 꿈꾸며 고향인 Devon으로 2014년에 돌아와 School Farm CSA의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인 practical horticulture course(전문원예학 과정)을 이수하고 2년 전부터 School Farm CSA에 정식 고용되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퇴비 발효과정을 설명하는 ‘indsay Ramsay’ 농장은 기계 없이 경작되고 있으며 땅을 뒤집지 않으며 사용되는 비료나 농약, 농자재,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저탄소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잡초가 땅속에 자라면서 미생물을 풍부하게 해주고 지온을 유지시키기 위해 경운을 하지 않고 있는데 잡초의 뿌리가 미생물 활동을 촉진시켜 산소를 공급해 주고 땅을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면적을 넓히고 과일나무를 심어 과일 공급을 늘릴 예정에 있으며 농장규모도 키워 지역의 카페나 푸드업체들과 연결망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해 그해 날씨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지만 전문적인 여성 생산자들이 관리하면서 많이 해결해 가고 있었다. 한살림 생산지의 여성 생산자님들도 30~40년씩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전문적인 여성 생산자분들인데 앞으로 그렇게 불러드릴까! 린지처럼 농사로 지역사회와 함께 ‘살림’하는 젊은 여성 생산자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럴러면 바뀌어야 하는 게 많다. Apricot Centre HUXHAM'S CROSS FARM(이하 헉스 팜)에 가는 날은 비바람이 몰아쳤다. 영국에서는 흔한 날씨이지만 우리는 운좋게도 연수 내내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처음으로 영국다운 날씨를 맛보게 되었다. 차에서 내려 농장 창고로 들어갔다.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리나는 20여 년 전 뉴질랜드 가는 길에 한국을 들러보았는데 아름다운 곳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다. 영국에는 농부가 꿈인 여인들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토트네스여서 그런 것인가. 관록 있어 보이는 마리나는 스쿨팜의 ‘린지’의 미래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25살에 원예학 자격증을 갖고 스쿨팜에서 처음 일했다. 당시에는 잡초투성이였다. 그 이후 오가닉, 바이오다이다믹에 관심이 많아서 작은 농지에서 퍼머컬쳐 방식으로 농사와 원예를 하고 있다. 2015년 바이오다이나믹 크러스트에서 이 농장을 구입했다. 바이오다이나믹웨이로 경영하길 원했는데 전문가가 필요했다. 농장에 와서 보고 너무 맘에 들었다. 결정,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있지만 농사에 대한 전권을 나에게 주었다. 이 농장이 문을 열기까지 200여 명이 함께 힘을 모았다. 바이오다이나믹 농장으로 가는데는 슈마허 컬리지의 영향도 컸다.”
Biodynamic Land Trust는 장기적으로 생물 역학 농업, 원예 및 식량 재배를 위한 토지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단체로서 다양한 농장 및 지역 사회와 협력함으로써 각 농장과 시장 또는 소규모 중소회사의 특성에 따라 농지를 신탁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개선 및 보급하고 있다.
오가닉을 넘어 바이오다이나믹을 이야기한다.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중심 이동은 이미 끝난 듯 보였다. 스쿨팜의 농업방식도 유기농을 넘어 일부 앞서가는 농부들이 시도하고 있는 자연농에 가까워 보였다. 농장에 대한 대략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리나와 함께 농장을 둘러보았다. 비바람 부는 농장은 왜 그리 커 보이던지. 나무를 쭈욱 심어 놓은 곳을 지나니 너른 풀밭이 펼쳐졌다. 풀밭 너머 울타리엔 닭들이 뛰어다니고 울타리 한쪽에 놓인 불상이 인상적이다. 모리나는 불교신자라고.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어 나가고 있다. 지금은 작지만 크면 바람 부는 것을 막아준다. 나무 통해서 좋은 벌레가 날아온다. 토양에서 자라는 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영국의 Devon 지역 날씨는 강수량이 높아 땅이 항상 질척하다. 채소농사를 짓는데 적합하지 않은 토양이여서 땅을 좀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해 서로 다른 클로버 다섯 ‘종’을 심는다고 한다. “클로버는 뿌리가 눈에 보이는 잎보다 몇 배는 깊게 내려가서 바람 불고 비가 내려도 땅이 쓸려나가지 않게 잡아준다. 40년 동안 풀이 자라도록 했다. 질척한 땅이었는데 드디어 좋은 땅을 갖게 되었다. 쟁기질을 할 때도 쟁기를 깊게 파고 가만히 두면 공기가 들어간다. 깊게 들어가서 뒤집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다.” 좋은 땅을 위해 40년을 풀이 자라도록 하는 것은 느림인가 태평인가. 과수원에서는 살구, 체리, 녹색자두, 진한 붉은 자두, 퀸즈(배 모양의 과일) 등 50개의 다른 종류 과일을 필드에서 키우는데 병충해 막는데 이롭다고 한다. 과일은 수확시기가 다 달라서 5월~10월까지 수확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낮은 둔덕을 넘으니 언덕 한쪽 전부를 울타리로 만들어서 키우고 있다. 닭들이 올림픽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솔라 패널을 이용해 전기를 흐르게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여우를 막기 위해서 라고 한다. 여우가 사는 산이라니 야생이 살이 있는 농장이다. “수탉 1마리당 50마리의 암탉이 자라고 있다. 비가 내리면 그 물을 모아 닭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닭들은 풀을 먹는다. 농부의 손이 가지 않는다. 해마다 자리를 옮겨가면서 닭을 키운다. 이 모든 것들이 퍼머컬처 농법이다.” 한살림은 25마리당 수탉 한 마리라고 했더니 놀라워한다. 닭을 키우는 이유도 초기 한살림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 유정란을 공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퇴비다. 연수 동지인 한살림 농부님들은 궁금한 게 유난히 많아서 하시는 질문도 구체적이고 깊어서 배움도 많았지만 지면관계상 안타깝게 실을 수가 없다. Huxham's Cross Farm은 아직 시작하는 단계인 농장이라고 말한다. 계속해서 SCA형식으로 150가정까지 채소와 야채를 공급하고 베리나 자두를 이용하여 만든 잼, 엘더플라워 나무의 꽃을 이용해 만든 허브 차나 효소 등 다양한 가공품들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농장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농장에서 재배한 수확물을 가정에 공급하는 것을 뛰어 넘어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면서 자라날 수 있도록 농장을 디자인하고, 여러 투자자와 지원 단체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요구와 의견에 의해 발전해 나가는 농장, 에너지를 최소화시켜 전기, 급수, 수확 및 처리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이 모든 것을 지속 가능하도록 사람들을 만들고 전문가들을 끌어들이는 일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창고로 돌아오는 길에 마리나는 한쪽을 가리키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명해준다. “저 건물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 등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센터를 만들 것이다. 자연이 아이들을 치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TTT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심리치료사인 벤과 교육학을 전공한 ‘할’도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할과 벤이 함께 이야기하다 프로젝트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할을 쳐다보니 수줍게 웃는다. ‘할’은 아이가 넷이라고 들었는데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나 보다. 부러웠지만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꿈을 꾸자고 생각한다. 한살림에서도 충분히 꿈꿀 수 있는 일이지. 농장을 돌아보며 연수가기 전에 책으로 읽었던 ‘퍼머켤쳐’의 설계원리를 생각했다. 꾸러미 작업을 하고 있던 박스에 ‘퍼머컬쳐 디자인’이란 책이 놓여있다. 설계원리 중 하나가 ‘작고 느린 해결책을 생각하라.’ 였던가! 우리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슈마허의 철학이 숨 쉬는 슈마허 컬리지로 간다. (이 글은 ‘무위당사람들 63호’와 ‘라이프인’에 실려 있습니다.)
 25살 때부터 원예학을 전공하고 1990년대 Dartington 위치한 School Farm에 자원한 그녀는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농장을 디자인해 왔으며 결혼 후 Essex에서 공동체 정원 및 농장을 20년 동안이나 설계해 왔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퍼머컬쳐 운동을 공부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과일재배, 온실재배, 채소, 꽃에 대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5년에 Biodynamic Land Trust에 이력서를 낸 그녀는 바로 채용되어 15년 동안 운영권을 위임 받았다.
 지붕에서 들어오는 자연광만을 이용해 창고 내부를 밝히고 있다.
 수컷 한 마리당 암탉 50마리 비율로 약 1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사료대신 농장에서 자란 풀들을 먹이로 공급한다. 여우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전기 울타리는 태양열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고 양계장 중간 중간에 설치된 수로에서 닭들이 물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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