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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2-20
첨부파일 지정면_간현리_점말.jpg 조회수 1,047

날 궂으면 섬이 되는 마을

- 지정면 간현리 점말 - 




소금산 너머 괴골산 기슭, 좁다란 1차로를 따라 언덕을 넘어가면 자그 마한 마을이 하나 나온다. 좌우로 펼쳐지는 산세가 그야말로 벽지(僻 地)다. 고려의 용맹한 무신이었던 원충갑 장군 묘역을 지나 왼편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들어서면 의외의 풍경이 시야에 다시 들어온다. 분 명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만한 산 속으로 들어왔는데, 뜬금없이 너른 강이 나타난다. 게다가 건너편엔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기가 바 로 점말이다. 



강과 산이 만든 섬  
예로부터 옹기나 도자기를 굽는 지역에는 점(店)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 역시 조선시대에는 도 자기를 구우며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전해진다. 배가 지나는 곳이었으니 사람도 꽤 나 오갔을 것이다. 알고 보니 현재 지정면 소재지보다도 먼저 마을이 만들어졌단다. 가마의 불씨는 오 래 전에 사그라들어 융성했던 시절은 세월 따라 아득해지고, 점말은 이제 고즈넉한 휴양지가 되었다. 행정지명으로 간현3리에 속한 이곳에는 사연이 많다. 아름다운 경관으로도 물론 유명하지만 ‘고립’, ‘ 구출’과 같은 단어로 더 익숙한 마을이다. 비가 많이 내려 강이 불어나면 마을 진입로가 물에 잠기기 때 문이다. 그렇게 되면 점말은 말 그대로 오도 가도 못하는 섬이 되어버린다. 마을을 세상과 연결하는 수 단인 작은 배 한 척은 폭우로 유속이 빨라지거나 혹한기 강물이 얼기라도 하는 날엔 무용지물이다. 점 말이 ‘육지 속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이유다. 여름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점말에 머물던 피서객 들이 119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마을 밖으로 피신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곤 한다. 앞으로는 섬강이 흐 르고 뒤로는 괴골산이 버티고 있어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점말 그리고 다리 

다리는 분리된 장소를 연결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점말 주민에겐 다리는 오랜 바람이었다. 지난 2018년 정부가 점말을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로 지정하면서 염원은 이루어지는 듯 했다. 

그렇지만 단 10여 가구를 위해 100억원 대의 비용이 소요되는 교량 건설을 추진하기란 지자체로서 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섬강이 국가하천이다 보니 구조물 설치에는 이런 저런 제약이 있다. 참다못한 마을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2017년에 사비를 들여 임시 다리를 조성하기도 했지만 허가 가 되지 않은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철거되고 말았다. 그간 수변데크, 출렁다리 등 다양한 대안들 이 나왔지만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인지라, 결국  주민들의 마을 밖 이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6월 부터 원주시는 ‘점말마을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실시설계용역’ 결과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 직 풀어야할 난제가 있지만 언젠가는 주민과 관 모두가 원만히 납득할만한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글·사진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