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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협동조합 소꿉놀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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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중간시험을 앞둔 봄날, 원주고등학교를 찾았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각 건물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온 학생들이 급식소로 향한다. 급식소 건물 한쪽 창문에 ‘소쿱놀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협동조합 소쿱놀이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일찌감치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삼삼오오 카페로 모여들고, 두 명의 바리스타가 능숙하게 음료를 제조한다. 금세 만원이다.
2014년부터 자율동아리로 결성되 운영되었던 협동조합 소쿱놀이는 지난해 2월 창립총회를 개최하며 강원도 최초 일반계 고등학교 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았다. 선배들의 도서를 기증받아 판매하는 ‘학교서점’, 교내 빈 공간을 활용한 북카페 등의 활동을 해오며 여러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현재 조합원은 학생, 교사, 교직원을 포함해 300여 명이다. 협동조합 이사장은 올해 졸업한 김정래 씨. 교내에서 활동하는 만큼 졸업생들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총회 등 협동조합의 일이 있을 경우 이사장이 방문해 후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창립 2년차를 맞이한 소쿱놀이는 어떤 상황일까. “올해 3월부터는 카페뿐만 아니라 매점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학생들이 물품을 구매하는 것부터 판매까지 모두 직접 하고 있죠. 학교 선배님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구입하고 있어요.” 소쿱놀이의 현 동아리장을 맡고 있는 2학년 박승현 씨가 북카페에 이어 매점도 소개해주었다. 급식소와 카페 사이에 위치한 매점에서는 북적이는 인파 사이에서 교복을 입은 동아리원들이 분주하게 계산을 돕고 있었다. 매점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학생회와도 좀 더 긴밀한 연계가 이루어지게 된 것도 작년과 달라진 점이다. “올해부터 학생자치회 산하 동아리가 됐어요. 운영은 소쿱놀이에서 모두 다 하지만, 학생자치회에서 보조를 받고 있습니다.” 소쿱놀이의 활동은 학생들의 공간을 학생들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학생자치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어, 향후 학생자치회와 점점 더 긴밀하게 공조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소쿱놀이는 협동조합이자 교내 동아리이기도 하다. 카페와 매점 등 소쿱놀이의 실질적인 운영은 동아리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카페의 경우는 지난해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던 선배들이 새로 들어온 후배들을 직접 가르쳤다. 소쿱놀이 동아리원들은 수험 준비로 활동을 중단한 3학년을 제외하고 21명. 2학년 중 매점부장, 카페부장이 각각 공간을 전담하고, 동아리원들은 2~3명이 한 개 조를 꾸려 교대로 근무(?)를 한다. 일주일에 2~3차례 순서가 돌아온다. 2주에 한 번, 2시간씩 동아리 모임 시간에는 모두 모여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로 고충이나 건의사항을 나누는데, 이때는 교사가 동석하지 않는다.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인 셈이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보니, 동아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도 높다. “동아리의 ‘인기’는 잘 모르겠지만, 매점이라는 특성상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거라고 할 수 있겠죠.
지난 한 달 동안 운영한 결과 1일 평균 매점에서는 30만원 대, 카페에서는 10만원 대의 매출이 났다. 교내에서는 독점을 하고 있지만, 워낙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수익은 많지 않은 편이다. “수익금은 조합원들에게 장학금 형태로 지급할 예정이지만…. 분기별 매점 임대료와 후불 물건대금도 아직 다 내지 못했어요. 손익분기점은 아직 못 넘겼습니다.”소쿱놀이의 목적은 조합원, 특히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직접 해나가며 궁극적으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것이다. 입시 종료 후 이루어질 ‘학교서점’, 선배들이 잘 닦아놓은 카페, 슬슬 안정화되고 있는 매점 운영을 비롯해, 향후 소쿱놀이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아름다운 가게와 협약해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학업에 바쁘다 보니 아직 여유가 없지만, 앞으로 즐겁게 활동하고 싶어요.”





글 이새보미야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