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 대칭성의 아름다움
생명이란 무엇일까? 요즘 우리는 생명이란 용어를 그 어느 때보다 주변 에서 많이 접하고 있다. 특히 생명과 평화, 생명공 동체, 생명공학, 생명의 말씀, 생명보험 등등 곳에서 생명의 용어가 점점 넘쳐 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난 20세기는 수많은 전쟁과 산업화를 통해 기계 공학과 전자공학이 발전하였다면, 새로운 21세기 는 분명히 인구증가, 지구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생 명관련 학문과 산업이 사회의 중심용어가 되고 있 다. 그렇다면 생명은 과연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1933년 수소원자의 구조를 완벽하게 해석하여 노 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론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 에 의해 최초로 <생명이란 무엇인가> 책이 나오긴 했지만, 불행하게도 모호함을 더하기만 할 뿐이었 고, 아직 그 용어에 대한 정의를 어느 누구도 명백 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집 앞에서 흙놀이를 하다가 지나 가는 개미를 잡아 만지작거리다 장난으로 꾹 눌러 본 기억이 있다. 어? 근데 금방 살아있던 놈이 움직 이질 않는다. 장난하다가 개미가 죽은 것이다. 어린 마음이지만 좀 미안하고 난감한 마음이 스며든다. 생명은 어디로 간 것일까? 죽으면 생명은 모든 것 이 끝난 것일까? 쉬운 듯 어려운 듯 우리는 이처럼 주변에서 수많은 생명의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보 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인간들은 생명이란 그 무엇 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 생각하여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꿈이요, 지상목표로 생각한다. 요즘 이것을 실현시켜 앞으로 100세를 뛰어넘는 초고령 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생명은 살아있는 것을 의미하는가? 최근 분자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지 가 쓴 <생물 과 무생물 사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다소 전문 적인 내용도 있어 마지막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그 는 생명에 대해 다소 명확한 해석을 한다. ‘동적 평 형’ 즉 생명은 동적 평형상태에 있는 흐름이라 정의 한다. 좀 쉽게 설명해보면 우리 몸은 끊임없이 사라 지는 세포와 DNA에 의해, 지속적으로 자기 복제되 어 증식하는 세포로 대체되는 흐름에 있다는 것이 다. 즉 해변에서 끊임없이 모였다 사라졌다 다시 모 이는 모래처럼 지속적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결국 생명이란 루돌프 쇤하이머만의 말 대로 “생명의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생명이란 끊임없는 생 성과 소멸이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것이다. 이런 생명의 대칭성은 우주의 본질적 특성이기도 하다. 온갖 물질 원소를 만드는 수많은 별들은 한순 간 대폭발을 하며 최후를 맞이한다. 그런 원소들은 온 우주를 향해 뿌려지고 매일 같이 수억 개의 별동 별로 지구로 날아든다. 그것으로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태양계도 수명을 다하면, 폭발하여 온 우주로 그 원소들을 뿌 려주며 사라지는 것이다. 생성과 소멸의 대칭성은 우주의 생명의 아름다운 순리인 것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 것이 없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연기론(緣起論)은 이런 생명의 대칭적 흐름을 말씀하신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즉 하늘의 그물코인 인드라망 속에 우 리가 있듯이, 수없이 많은 생성과 소멸의 관계망 속 에서 생명은 탄생하는 것이고 사라지는 것이다. 사 실 내 몸 안의 온갖 원소는 온 우주에서 날아온 것 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남의 것이라 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화엄경의 ‘일미진중 함시방 십방일 우주(一微塵中 含十方 十方日 宇宙)’ 란 말씀처럼….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모두가 주인공인처럼 끝없이 살아남아 있으려는 노 력에만 열중이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생명적 공동운 명체를 무시하고 인간만 소중하다고 수많은 인구를 늘리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100세를 넘길 수 있다 고 모두들 기뻐하고 있다. 생명보험을 꼭 들어주셔야 한다고 언론은 연일 떠든다. 과연 영원히 살 수 있는 인조인간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끊임없이 풍요로운 삶을 우리 모두가 영위할 수 있을까? 그런 착각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생명의 생성과 소멸 의 아름다운 대칭성을 모르는 바보들일 것이다. 미안 하지만 자연은 결코 인간을 위해 대칭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급격한 인구증가는 급격한 감소를 예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우리는 무대 위의 배우처럼 역할이 끝나면 떠나야 한 다. 그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당연히 깨달아야 한 다. 우리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겸손하게 감사하며….
글 황도근 무위당학교장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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