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풍경


사회적 경제 이야기 [18] - 커뮤니티케어 학습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7-22
첨부파일 스토리_메인.jpg 조회수 1,567

고립된 주민은 우리의 문제다


교학상장(敎學相長) :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함

이번 커뮤니티 케어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 동참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협동조합에서 바라보는 돌봄’이라는 주제로 커뮤니티 케어 학습을 하는 데 원주 협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들과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 것은 원주의 협동조합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4년 반 동안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매일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응급상황은 끊이지 않았고, 녹초가 되어 퇴근하는 건 일상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대학병원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이곳을 떠나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대학생 때 지역사회 간호 실습으로 가가호호 방문 다니던 일이 좋아 막연히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고향인 원주로 내려와 원주의료사협을 만나 인연이 시작되었고 올해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의료사각지대 방문간호와 노인재가장기요양기관 ‘길동무’의 서비스 모니터링 업무를 맡으며 돌봄이 필요한 지역주민을 조금씩 마주하게 되었다.

 병원에 직접 찾아오는 사람은 적정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 처한 사람은 그들의 ‘건강권’을 보호받을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한 데 병원을 모셔갈 가족이 없는 노인, 정신적인 문제로 외출과 병원을 거부하는 분, 장애인 콜택시라는 제도가 있지만 택시를 부르면 반나절을 기다려야 하는 장애인, 약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강원도 정선에서 택배로 약을 받는다는 노부부 등등… 

 실제로 지역사회에 나와 보니, 제도권 안에서 건강 보장을 받지 못하고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분이 ​많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특히 돌보는 사람이 없어 사회적 입원, 고독사(孤獨死)가 증가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지금! 지역사회 커뮤니티 케어의 중요성은 더욱더 체감할 수밖에 없다. 왕진 문의로 전화 상담 후, 방문 오는 병원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다고 하셨던 보호자가 생각난다. 불안하고 걱정되는 누군가에게 안심을 준다는 것이 참으로 유의미한 일임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똑똑똑! “나 살아있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안부확인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얼굴 보이는 관계를 만들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진짜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닐까. 서곡, 신림, 황둔, 봉산동에는 고립된 주민을 우리의 문제라고 인식하여 직접 주민을 돌보고 있는 ‘건강반장’이 있다. 어떤 건강반장님은 신년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집으로 초대해 오리백숙을 함께 나누시기도 하고, 낙상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정리되지 않은 집안을 대신 청소해 주시기도 한다. 어떤 건강반장님은 이웃 방문을 하여 찐빵도 나눠 먹고 손수 수확한 서리태를 팔기도 한다. “김OO 어르신은 드시는 약이 너무 많아 정리가 안 돼요”, “이OO 할머니가 혈압이 높아요.” 집담회를 통해 알게 된 고립된 주민을 건강반장님과 함께 의료진이 방문하여 필요한 의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하고 복지적인 연계도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웃 주민인 ‘건강반장’과 함께 방문할 때 마음을 조금 더 쉽게 열었던 것은 내가 아는 이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료/보건의 영역은 돌봄에 있어서 일부분일 뿐이다. 내 이웃이 누구인지, 내 이웃 중 고립된 주민은 없는지 돌아보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돌봄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글 안의현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