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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 신림면 고판화박물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8-17
첨부파일 조회수 2,522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된 휴식 한번 누리지 못했다면 이곳으로 가자
.

청량하고 상쾌한 공기와 고요함을 간직한 산사의 맑은 기운이 당신의 지친 마음을 보듬어줄 것이다.

 

신림면 명주사 경내에 자리한 고판화박물관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판화 전문 박물관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수집한 다양한 판화작품들이 전시·보관되어 있어 아시아 판화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옛 문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산사와 박물관을 연계한 문화형 가족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판화체험도 즐길 수 있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옛것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곳으로 요새처럼 아늑한 치악산 깊은 산중에 자리 잡고 있다. 산사 옆에 위치한 박물관은 기온이 다른 곳보다 낮아 여름에도 서늘하다. 시원한 바람이 정신을 맑게 해 자연스레 옛 문화의 정취에 스며들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판화를 사랑한 민족이었다. ··선 삼교의 전파를 위해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수많은 목판 작품을 남겨놓았으며, 서민들 사이에서는 목판화가 민화판화로 발전하였다. 목판화는 조각칼과 나무판만 있으면 어디서든 만들 수 있던 생활예술이었다. 책표지를 장식하는 능화판화, 편지지로 쓰인 시전지판화, 호신벽으로 사용한 부적판화 등이 만들어져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의 삶 속에서 함께했다.

박물관을 소개하기 전, 그 옆에 위치한 명주사에 대해 살짝 소개한다면 대중 교화를 이념으로 하는 태고종 사찰이라 할 수 있다. 요즘엔 좀처럼 보기 드문 너와 지붕을 얹은 팔각 건물의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다. 절을 강건히 지키고 있는 주지 선학 스님은 1998년 이곳 치악산 자락에 터를 잡아 명주사를 창건했다. 2004년에는 절 우측에 자신이 수집한 고판화를 공유하기 위해 박물관 문을 열었다. 국내 유일의 판화 전문 박물관으로 한국·중국·일본·티벳·몽골·인도·네팔에서 수집한 고판화 원판과 책판에 새겨져 나온 서적 및 판화를 보관하고 전시하면서 연구와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박물관 앞 좌우로 서 있는 장승을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에는 판화를 새기는 다양한 도구와 동양의 옛 판화들이 전시되어있어 판화의 아름다운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목판원판 1,800여 점과 판화로 인출된 고판화 작품 300여 점, 목판으로 인출된 서책 200여 점과 판화와 관련된 자료 200여 점 등 총 3,500여 점의 다양하고 방대한 유물이 소장되어 있어 개인 혼자 이 수장고를 꾸려나갔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중국 판화에는 백 명의 아이를 그린 백자도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만세사표, 삼국지의 인물인 유비가 단계를 뛰어 넘어 도망가는 장면이 있는 마도단계등이 있다. 중국의 호랑이 그림은 우리나라에서의 호랑이 민화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좀 더 화려하고 시끌벅적하다고 할까. 이밖에 일본의 전통미술로 다색판화인 우키요에와 일상의 삶이 그려진 베트남 판화도 보인다. 우리나라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조선 최고의 목판인 오륜행실도를 비롯해 훈민정음을 사용해 최초로 엮어낸 용비어천가효종본이다. 용비어천가는 세종본과 광해본, 효종본, 영조본이 전해지고 있으며 규장각 등 소수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희귀고서라 한다. 전시 끝자락에 볼 수 있는 달마도에 달마가 한마디 건넨다. ‘푸른 산은 본래 가만히 있는데 흰 구름만 스스로 오락가락하는구나···. 靑山元不動 白雲自去來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목소리다.
 

 

전시 관람 후에는 전통판화 인출체험을 할 수 있다. 판화원판에 물을 뿌리고, 먹을 바르고, 종이를 얹어 골고루 문지른 후 종이를 떼어내면 동양의 고문에서 볼 수 있었던 옛 이미지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아울러 목판화를 직접 새기는 현장 체험도 할 수 있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현장 예술 체험을 마련해 놓았다.

명주사는 2011년부터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을 곁에 둔 산사에 머물면서 전통인쇄문화를 체험해보고, 풍경소리 들리는 고즈넉한 사찰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글. 김예은  사진. 박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