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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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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축제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물론 즐겁기 때문이다. 다만 어째서 즐거운지를 생각해보면 조금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축제는 누군가의 고난이 전제되기 마련이다. 어딘가엔 반드시 눈길 닿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축제를 즐기는 입장으로서 축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입장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후용공연예술센터(원주시 문막읍 비야동길 11)다. 지난 2001년에 ‘극단 노뜰’이 폐교된 후용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개관했으며 예술가의 창작공간이자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운영된다. 

후용공연예술센터는 2014년부터 시작된 ‘후용페스티벌’의 개최지이기도 하다. 후용페스티벌은 다양한 예술적 가치를 지향하는 작품을 관객과 연결하는 국제공연예술축제를 표방한다. 매년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외의 완성도 높은 공연과 아티스트 워크숍, 컨퍼런스 등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존 일정보다 한 달여 늦춰진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후용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후용공연예술센터의 차나영 기획팀장과 윤숙현 기획PD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후용페스티벌은 어떤 축제인가요? 
후용페스티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무대예술워크숍페스티벌’이 2004년부터 7년 동안 먼저 진행됐었어요. 2-3주 동안 아티스트들이 교류하고 훈련하는 개념의 축제였는데요. 국내외의 좋은 공연들을 소개하고 예술가들의 교류를 도모하는 쪽으로 페스티벌이 조금 더 확장되며 진행된 것이 바로 후용페스티벌이에요. 아티스트를 위한 프로그램에서 관객까지 좀 더 폭을 넓히고 지역, 커뮤니티까지 나아간 거죠. 2014년도부터 센터가 있는 후용리 마을이름을 넣어서 페스티벌 타이틀을 정하고 진행을 했었어요. 후용페스티벌 자체로는 7회가 되는데 실은 그 전부터 경험치가 쌓여왔던 축제예요.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예정돼 있나요?

축제가 개막하는 10월 15일 목요일에는 저녁 7시 30분에 전통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인 <장단 위에서 만나다>가 무대에 오릅니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후용페스티벌만의 제작공연이에요. 10월 16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는 ‘극단 노뜰’이 전쟁연작인 <붉은 분노>를 선보이고요. 10월 17일 저녁 7시 30분에는 폐막작으로 ‘극단 벼랑끝날다’의 <더 클라운>이 공연됩니다. 이외에 워크숍과 컨퍼런스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올해는 국내 팀을 중심으로 초청을 했어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 구성 못지않게 안전하게 관객 분들을 모시는 데 집중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코로나 상황이 급변하다보니 일정이 연기되고 상황이 지연되는 부분에 다소 어려움이 있기는 합니다.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는 부분도 고민이 되죠. 축제라는 행사 특성상 예술가와 조우하고 직접 공연을 보고 교류하는 현장성을 저희는 중요하게 생각해서 부득이 축제를 미뤘던 거거든요. 그래도 관객 분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혹시나 다시 그런 상황이 되면 비대면 온라인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페스티벌의 특징에 맞는 방법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어요.
 



매년 독특한 포스터 아트워크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2018년도부터 ‘아트팩토리 후’ 작가님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고요. 
페스티벌은 1년에 한 번이잖아요. 그래서 올해를 관통하는 이미지로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페스티벌 포스터를 통해 좋은 예술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의미도 있죠. 포스터를 쭉 보시면 변천사가 있는데, 초기에는 후용공연예술센터, 학교 이미지를 활용했었어요. 

공모를 통해서 초청팀을 찾기도 하셨죠? 

재작년과 작년에 공모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시국이니만큼 저희가 포커스를 달리해서 공모는 진행하지 않습니다. 사실 공연팀을 초청하는 기준은 따로 없어요. 좋은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들, 뭔가를 실험하고 도전하는 작품들까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모를 진행했던 건 조금 더 폭넓게 작품을 접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따로 선정에 대한 기준 없이 좋은 작품, 좋은 예술가들의 좋은 작품을 발견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일환으로 생각해주시면 되고요. 아무리 저희가 찾아도 닿지 못하는 데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예술가를 알고 싶은 취지였습니다.
 



매년 축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우선 다양한 가치를 가진 좋은 작품들을 후용페스티벌을 통해서 소개하고 연결하는데 있고요. 관객을 위한 축제이기도 하고 예술가들을 위한 축제이기도 해요. 워크숍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예술가들이 스스로의 창작세계를 넓히는 데 목적이 있거든요. 조금 더 다양한 역할을 하고자 하고 있어요. 관객과 아티스트 중 무게중심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서로 만나는 장소가 후용페스티벌이었으면 합니다. 

 

후용페스티벌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후용공연예술센터가 있는 후용리 주민 분들께서 페스티벌을 할 때 관객으로 많이 참석하세요. 늘 든든하게 객석을 지켜주시니까. 또 아무래도 축제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공감대가 형성이 됐어요. 올해로 센터가 마을에 들어온 지가 이십 년 됐는데 이제는 뭔가 연극단체라는 것보다는 ‘옆집 사는데, 연극해. 축제도 하고’ 이런 식의 이웃이라는 개념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감사하죠. 지금은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지만, 마을어르신들로 구성된 ‘할머니 합창단’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후용페스티벌 무대에 서시기도 했어요. 어머님들이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폐막공연에 전문 뮤지션 밴드와 함께 노래 함께 하고 연주도 하셨거든요. 주민 분들께서 무대 위의 아티스트로 참여한다는 그런 결실을 느꼈던 해예요.
 



후용페스티벌이 지역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상생지점은 어디일까요? 

후용페스티벌이 지역 예술가들 간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후용페스티벌을 통해서 지역 예술가들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교류하는 등의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 지역 예술의 상생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 2017년 후용페스티벌 때, 일본의 ‘지유노모리(自由の森)’라는 대안학교 청소년들이 초청공연을 왔었고, 원주 ‘중앙청소년문화의집’과 협력하여 연극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한-일 청소년 연극 워크숍’을 진행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일 양국 예술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후용페스티벌을 통해서 만나고 교류했었어요. 이러한 노력이 지역 예술을 풍성하게 가꾸는 자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제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혹시 고되지는 않나요? 

워낙 많은 공연들이 페스티벌 기간 동안 계속 진행되고 컨디션이 다 다르잖아요. 여러 가지 특성이 다른 공연들을 연이어 하다보니까 스탭들이 조금 더 신경을 쓰는데요. 기획팀의 입장에서는 좋은 공연을 보고 나가는 관객 분들의 표정과 기운을 느꼈을 때라든지 작품을 보게 돼서 감사하다고 피드백을 들을 때 역시나 보람이 있고요. 이 공간 안에서 축제에 참여한 공연자들과 스탭들 모두 오로지 페스티벌을 통해서 만난 예술가들이잖아요. 페루, 호주와 같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예술가들이 국내 다른 예술가들과 예술적 인연을 맺는 모습을 봤을 때 의미가 있다고 느껴요. 그 지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고단함을 씻어냅니다. 

 

숙현 PD님은 올해가 처음 참여하시는 건데, 일하시면서 어떠세요? 

처음 하는 일이라서 실수도 많고 부족한 면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일을 할 때는 재밌게 하고 있어요. 저도 예술계통 학과를 나왔는데 그동안 어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여기 오면서 센터에 대해서, 이 공간에 대해서 메리트를 많이 느꼈죠. 제가 이 공간을 통해서 영감을 받고 예술활동을 하는 분들의 활동을 계속해서 보는 게 저의 꿈이에요. 또 직접 일을 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모든 공연에 대해서 감사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공연을 보다보면 불평불만이 있었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니까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이 잘해오려고 노력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지도록 원하는 게 잘 느껴져서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갖고 공연을 봅니다. 감사함을 느끼면서요. 

 

차나영 팀장님은 어떠세요? 

저는 2014년도에 처음 극단 노뜰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후용페스티벌 기획이 기본적으로 된 상태였는데, 조금 더 아이디어와 의미를 더하는 작업부터 멤버들과 했었어요.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또 기획자로서 결국은 짝사랑이 되지 않으려면 저도 같​이 성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계속 갖고 있던 딜레마거든요.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수많은 일을 해야 제가 좋아했던 그 모습이 나오는 거잖아요. 제가 어느 정도 같이 올라가지 않으면 결국은 혼자 그냥 좋아하고 마는 그런 거죠. 좋은 예술가들과 관객을 서로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획자가 매개하고 소개하고 연결하고 시너지로 후용페스티벌 같은 좋은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결국은 저도 타지에서 원주로 온 사람으로서 지역으로 계속 많은 예술가들과 문화기획자, 관련종사자들이 지역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페스티벌 차원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요. 후용페스티벌처럼 좋은 프로그램이 이어나갈 수 있는 상생의 지점이면 좋겠어요. 그래서 간혹 가다가 처음 오시는 분들이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시면 고민이 되죠. 
 



끝으로 후용페스티벌로 초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이런 창작공간에서 예술가의 일상을 같이 볼 수 있는 재미난 프로그램들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코로나 걱정 없이 즐기실 수 있도록 안전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습니다. 후용페스티벌은 앞으로도 계속 될 거니까 관심을 가져주시고 행보를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려요. ​ 

 




인터뷰·글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