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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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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파티 - 우리 집으로 가자 -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시간이 되알졌다. ‘만 남’이 필요했다. <타인이라는 가능성>을 쓴 윌 버킹엄은 “나 는 인생의 많은 시기에 걸쳐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낯선 사람들, 낯선 아이디어와 낯선 상황을 찾았다. (...) 이러한 만남이 내 삶의 형태를 거듭 바꾸었다.”라고 썼다. 나도 다르지 않다. 그 와 나의 공통점은 인간이라는 것이고,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다.

  집으로 온 사람들  
아마 내 인생 첫 ‘홈파티’는 어렸을 때 아빠의 회사 동료 아저씨들이 집으로 왔을 때 다. 집안에 긴 상이 여러 개 놓이고 그 위에 먹을거리가 잔뜩 놓였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불콰해진 얼굴들 사이로 이야기와 웃음이 오갔다. 이후 한동안 그런 식의 집 안 잔치를 겪지 못했다. 나는 나의 공간이 더 중요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중이었고 집 밖에는 언제든 먹을거리와 놀거리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다시 집안에 서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부부와 가깝게 지내고 나고부터다. 인생을 통틀어 그렇게 다른 사람 집에 자주 들 락날락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낯선 사람을 환영하며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는 집주인 부부를 보며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집은 언제나 나만의 것이어야 했다. 이곳만큼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외부에서 쏟아지는 피로를 막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잠에 빠져 최상의 안정을 취 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집에서 느끼는 감정을 “우리를 둘러싼 낯선 세상과 인식적, 감정적으로 분리된 나만의 공감임을 인지할 때 느끼는 태평함”이 라고 썼다. 동시에 “둥지를 틀고 그 안에 파고들어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몸을 웅 크리고 싶은” 곳이라고도 썼다. 그제야 나만의 요새와 다름없던 집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이유를 깨달았다. 나만의 공간이라는 경계는 타인들이 존재할 때 두드러진다. 타인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 예측할 수 있고 언제든 접속 할 수 지금 같은 온라인 중심 시절이 아니었을 때, 세상을 알아가고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타인과의 만남이었다. 집에 사람을 들이고자 하는 마음은 저 먼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었던 셈이다.

  낯선 사람 맞이하기  
낯선 사람은 경계심과 호기심의 대상이다.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득이 되거나 실이 될 수 있 다. 집으로 들어온 낯선 사람은 특히 더 신경이 쓰인다. 가장 사적이고 안전한 공간이 다르 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서로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언어와 문 화가 달라도 의미가 통하는 장치는 바로 선물이다. 2,500년 전 사람인 공자는 먼 길을 떠 날 때마다 언제나 선물을 준비했다.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 집에 초대 받으 면 빈손으로 가지 않고 휴지 한 통이라도 들고 간다. 선물은 주고받는 사람 사이에 “관계를 확장하고 기쁨과 의미를 키우는 효과”를 준다. 선물은 “‘이득’이 아닌 ‘관계’를 얻는 것”이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 만드는” 역할을 한다. 선물의 형태는 여러 가지이며 쌍방향이 다. “집주인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선물로 내놓으면 손님은 “배불리 먹은 뒤 그 보답으로 이야기를 푸는 것”으로 화답한다. 이렇게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연결되며 인간은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만든다. 연결되고 싶은 사람에게 ‘우리 집으로 가자’라고 말하는 이유다.

  필로제니아(philoxenia)  
낯선 사람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을 ‘필로제니아philoxenia’라고 부른다. 그리스어에서 유 래한 단어로 낯선 이를 향한 환대라는 의미다. 오늘날의 도시는 낯선 이들과 만나기 가장 좋 은 장소다. 한 예술사학자는 도시를 가리켜 “도시는 기적이다. 또 한 도시는 지옥이다.”라고 표현했다. 수많은 낯선 사람들이 도시에 얼키설키 모여 다양한 삶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천국이거나 지옥일 수도 있는 도시로 “초사회적인 종족”인 인간이 몰려 “무리 짓기를 갈구” 한다. 인간은 연결을 원한다.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의식을 치르고 친구를 사귀고 짝을 찾으 며” 생존한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풍성한 상호작용을 일으켜 문화와 무역, 기술 번영을 이끈다. ‘필로제니아’는 인간들의 다양한 삶과 귀중한 지혜를 직조한다. ‘필로제니아’ 가 있는 한 도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삶도 계속된다.


 글 이지은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