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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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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길었던 지난해 추석 연휴 홀로 해파랑 길에 나섰다. 강원도 고성 통일안보 공원부터 속초까지가 목표 였다. 해파랑 길 전체 50구간 중 마지막 코스부터 거꾸로 내려 가보자는 심산이었다. 배낭을 메고 호 기롭게 시작했다. 70리터 배낭이었지만 거뜬했다.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도 느껴졌다. 통일안보공원 에서 출발해 대진항과 화진포 해수욕장을 지나 응 봉에 이르렀을 때 처음의 호기로움은 모두 사라졌 다. 그나마 응봉에서 바라본 동해바다는 피로감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숲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했 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숲은 아직까지 포근 했고, 길은 아름다웠다. 멀리 거진항이 보일 때 즈 음 무릎에 신호가 왔다. 무릎에 신호가 올 때면 무 조건 쉬는 것이 상책이다. 바다와 들판이 어우러지 고, 길이 끊기고, 비와 햇빛을 덩달아 맞아가며 4일 을 걸었다. 길 위에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들은 자 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3~5명 정도가 무 리를 지어 쌩쌩 앞서갔다. 부러운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새 힘들다는 생각 도 들지 않을 정도로 무념무상의 시간이 찾아온다. 두 발은 생각보다 먼저 앞서간다. 뇌의 명령은 아랑 곳하지 않는다. 뜨거운 햇살을 받아내며 해변도로 를 걸을 때 타는 목이 원하는 것은 단지 물이다. 지나가는 모든 기계음과 해변의 잘 정돈된 데크 위의 호화로운 텐트는 나와 무관한 다른 것들처럼 느껴 졌다. 삶에 지쳐가도 내 길을 가다보면 그 길이 바 로 위로의 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짧았던 길 위에서의 생활이 내게 준 가르침이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헝가리까지 길이 가 르쳐준 삶의 방식을 따라 두 발로 기록한 소설가의 여행 노트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도 역시 길 이라는 스승을 따라 걷는다. 원래 지구본을 사랑하 던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지구돋이’ 사진 에 매혹된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지구 여행을 결심 하게 되고 2010년부터 1년에 한 달씩 걷기 여행을 떠난다. 올리비에 블레이즈는 “나에게 다리가 있는 한, 심호흡 할 수 있는 폐가 있는 한, 나는 세계를 탐 험하고 싶은 것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한낮 꿈일 뿐 이고 가능성으로밖에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일 이 얼마나 많은가. 스스로에게 온갖 변명과 핑계로 위로하는 척 한다. 시작은 두려울 수 있어도 막상 그 길에 들어서면, 풍파를 겪더라도, 혹은 중도에 포기를 하더라도 시작했다는 의미를 안겨준다. 이 책을 읽고 미지로 가득한 모험의 세계 속을 한번 걸 어보는 것은 어떨까.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협동조합이란 무엇일까?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 제1호에서는 협동조합을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 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 조직’이라고 규정한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서는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 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 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 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가 먼저 눈 에 띄었던 이유는 옮긴이의 이름에 ‘번역협동조합’ 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번역협동조합은 2013년 7월 통번역 프리랜서들과 후원자들이 모 여 만들어진 곳이다. 프리랜서 통번역자들이 힘을 모으고, 업계의 부당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방법 으로 협동조합이라는 답을 선택한 이들이 처음으 로 공동번역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 책, 「협동조합 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다. 편집과 출판을 맡 은 ‘착한책가게’ 역시 협동조합 형태로 인문사회과 학 서적을 취급한다. 진정으로 ‘협동조합의, 협동 조합에 의한, 협동조합을 위한’ 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협동조합의 역사와 사상, 세계 각지의 주료 사례들을 모아 사회적경제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경제에서 민주주의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서 시작, 그것을 가장 실천적으로 구현하는 모델, 옳 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공 동체의 모델이 바로 협동조합이라고 답한다. ‘사람을 위한 경제, 그 이상과 실천을 만나다’라는 부제처럼, 이 책에서는 11개의 장에서 전 세계의 협동조합을 살 펴보며 절박한 현실 속에서 어떤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시도와 성과가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에밀리아로마냐 노동자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간의 협동, 제도화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 의 빈민여성들이 다목적협동조합을 만들고 경제적 주체로 거듭나는 사례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 기 이후 협동조합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직접 운영하 는 공장들을 살펴보기도 한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협동조합이 공정무역을 대하는 방식 역시 흥미롭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작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협 동조합 기본법 제정 이후 5년이 지나고, 2018년 새 해를 맞이하며 설립된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1만 2,541개. 우리 사회를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 해 연대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대안 적 경제를 추구해야 할 때다.







글 원상호 / 글 이새보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