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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대장의 길 사랑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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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아주 단순한 행위다
. 그냥 땅에서 번갈아 발을 떼어 다리를 옮겨 디디면 된다. 특별한 장비나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걷기는 오랫동안 아주 기본적이고,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걷기가 일종의 문화로 여겨지는 분위기는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걷기 열풍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제주도 올레길이 올해 개설 10주년을 맞았고, 차츰 걷기는 간편하고 안전한 유산소 운동이자 건강한 여가생활로 인식되게 되었다. 원주에도 걷기를 삶의 중요한 부분이자 때로는 목표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협동조합 원주시민걷기운동본부 이사이자, 걷기 동호회 원주도보여행의 길대장인 강경희 씨를 만나봤다.

 

협동조합 원주시민걷기운동본부

원주의 여러 걷기 모임들이 더불어 가자고 의견을 모아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올해 7월 창단된 신생 단체라 아직까지 크게활동한 내역은 없다. 걷기의 효과를 알리고 걷기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생각이다.

 

걷기를 시작한 계기

원래 걷기에 관심이 없었다. 몇 년 전 한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웃음치료사 과정을 배우려고 했는데, 인원 미달로 폐강이 됐다. 대신 다른 강의를 들을 수 있다기에 지인의 권유로 걷기지도사 과정을 듣게 됐다. 처음엔 내 다리로 걷는데 무슨 지도사가 있나하고 생각했는데, 강의가 정말 재미있더라.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됐다. 50km 정도도 수시로 걸었다. 교육 수료증을 받으려면 해야 한다기에 100km 걷기 대회도 완주했다. 아무래도 내게 끈질긴 구석이 있긴 했던 모양이다.

 

원주도보여행 동호회를 만들다

행복하게 걷고 싶어서 1년 전 원주도보여행을 만들었다. ‘즐겁게 걷자, 즐겁게 살자를 모토로, 매월 첫째 주 일요일마다 모여 걷는다. 기존 다른 동호회들에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고, 영업을 하거나, 결국 친목을 쌓고 술을 마시는 걸 많이 봤다. 걷기에 그런 건 필요가 없다. SNS를 통해 공지를 올리고 선착순으로 시간 맞는 사람 소수가 모여 재미있게 걷는다. 대개 각자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고, 근처에 맛집이 있으면 들르기도 한다. 걷기를 마친 후 뒤풀이를 하는 일도 없다.

 

걷기에서 얻는 기쁨

걸으면 일단 몸이 편해진다. 걷기를 시작한 후 스스로 많이 건강 해졌음을 느끼고 있다. 걷기는 무리하지 않고 어디서나 쉽게 할수 있는 운동이다. 호흡이 가빠지거나, 격한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위험하지 않고, 다칠 일도 없다. 걸으며 접하는 모든 것 들이 행복이다. 처음엔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걸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이 주는 것이 선물처럼 느껴졌다.

새 소리, 물소리, 지나가는 사람의 소리 같은 것이 걸을 때 매우중요하더라. 멋진 풍광을 눈에 담는 것은 물론이다. 뒤에는 누가 오는지, 앞에는 누가 걷는지도 본다. 이런 모든 것이 힐링이다.

 

가장 좋아하는 길

선자령으로 넘어가는 대관령 옛길을 가장 좋아한다. 지금은 지방도가 되어 통행이 거의 없는 옛 영동고속도로 길인데, 강릉바 우길의 1~2구간이기도 하다. 이 길을 워낙 좋아해서 여러 번 걸었다. 정말 아름답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풍경이 있다.

 

길에는 지도가 필요하다

길이란 신기하다. 길에는 끝이 없고, 어디로나 이어져 있다. 하지만 때로 길은 막혀 있기도 하고, 항상 좋아하는 길로만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되돌아와서 다른 곳으로 가거나, 함께 걸으면 된다. 그러고 나서 , 재밌었어하는 거지. 걷기길에는 화장실도 있어야 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곳도 필요하다. 그래서 지도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초보에겐 특히 더 그렇다. 이미 잘 알고 잘 걷는 사람에겐 필요가 없을지 몰라도, 처음 오는 사람이나 잘 걷지 못하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도 잘 걸을 수 있어야 하니까. 길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다. 내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아는 것, 목적지는 어디쯤이며, 얼마나 왔고 얼마나 남았는지, 이런 것들은 걸어가는 데에 굉장한 추동력이 된다.

 

원주 걷기길에 대한 아쉬움

원주 걷기길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원주굽이길 등 걷기길이 많이 개발되었는데, 책자에는 소개가 되어 있지만 직접 가 보면 길이 훼손되어 있거나 이정표가 없어 실제로 걷기 힘든 경우가 많다. 길을 정비하고, 이정표를 붙이고, 안내를 하면 시민들은 물론이고 원주를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에는 잘 몰랐던 원주의 곳곳을 걸으면서 많이 알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부론 흥원창에서부터 신림 싸리치재를 지나 황둔, 영월로 넘어가는 길은 예전에 단종이 유배를 떠났던 길이다. 영월 쪽에는 아주 잘 되어 있는 단종유배길이, 원주에서 딱 멈춘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길들을 잘 재현해서 사람들이 걸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원주에 살면서 우리 고장에 이런 길이 있다는것 정도는 알아도 좋지 않을까?

 

앞으로의 꿈

미 대륙 횡단을 하는 것이 오랜 꿈이다. 3,000km를 걸어야 하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직장도 그만둬야 하고, 비용도 1억원 정도가 든다.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는데, 포기하려고 생각하니 삶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더라. 그래서 포기하지 않기로 하고 미 대륙 횡단을 목표로 계속 걷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앞서 말했던 원주의 단종유배길, 흥원창에서 시작해 싸리치재를 넘어 영월로 가는 이 길에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들고 싶다. 이건 누구나 걸으며 즐길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단 생각과도 닿아 있는 것이다. 이미 원주에 걷기 대회는 십 수 년째 열리고 있는데, 매니아가 아닌 일반 시민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걷기 문화가 일종의 축제처럼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남녀노소가 가볍게 걷고, 민속놀이나 먹거리 등으로 마을의 역사나 문화를 즐기며 걷는 길 곳곳을 느낄 수 있다 면 얼마나 좋을까. 원주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역사문화길을 걷는 걷기 축제를 만들고 싶다.

. 이새보미야